며칠 째 파란 하늘이 안보인다. 유현아의 말이 한 톨 한 톨 공감되어 헛웃음이 새어났다.

7월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7월에 도저히 욕심이 나질 않는다. 그냥 버리는 패. 어서 8월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신맛이 난다. 적당히 글을 읽고 생각을 한다. 이틀쯤 밤 샜을 때 쉬어지는 숨으로 일상을 보낸다. 들숨과 날숨이 교차하는 그 간극이 매우 길어서 어쩌면 그대로 정지시킬 수 있을 것도 같고 맥박이 너무 선연해서 숨쉬는 게 낯설다. 사유가 진전되질 않는다. 어제 하니니와 응기와 현아를 만나면서 나에게도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 라는 소원을 빌었는데, 만약 그랬다면 나는 좀 더 우직해졌을까. 투정도 늘고 불평불만도 많아지고 징징임도 잦아서 누군가들에게 확신을 주었을까. 상대가 나를 자신의 사람으로 혹은 자신의 어떤 사람으로 받아들이는지에 관심이 생기는 중이다. 오늘은 별로 글을 길게 쓰고 싶지 않아서 요약만 하자면, 좋아하는 사람일 수는 있으나 애증의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계의 예열은 좋아함으로 이뤄질 수 있지만 관계의 지속은 애증의 증, 나는 당신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 같은, 증으로 살아지는 거라 생각하니까. 그래서 현재와 현재의 느낌에서 점으로 존재하는 관계가 나 또한 너무나도 불안하다. 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너는 바람 불듯 어느날 떠나갈 것 같아,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발로에서였지 않을까. 나는 왜 그런 느낌을 주는가는 추후에 생각해 볼 일이다. 귀찮다.


무슨 꿈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찝찝한 꿈이다. 날씨 탓인지 몽롱하다.

아니, 실은 그것보다 몸이 심하게 안좋은 것 같다. 체력 하나는 자부했는데 뭐 그만큼 혹사시키고 망가뜨렸으니 당연한 수순이긴하다. 월요일엔 꼭 병원에 가보려고.

기도와 목 사이 부분이 아침마다 붓고 손발도 붓고 귀 연골이 멍든 듯이 아프다. 머리 감으려고 고개 숙이면 두통에 시달려서 아침 시간도 오래 걸린다. 후, 운동은 언제 하지. 오늘은 뭐든 무지 생각하기 귀찮을 것 같은 하루인데, 어쩌지, 할 일들이 전부 생각해야 할 일인데.


나는 왜 운동을 하는가, 를 곰곰히 곱씹었다. 모르겠다.

이 길의 전부가 섬뜩한 노래인 건, 결국 시작과 끝에 서있는 사람에 대한 말이라서. 사람의 이유를 드는 게 너무 공허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서 그곳에서 현명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무튼 나는 가까운 곳으로라도 이사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여름밤이라 그런지 축축한 곰팡이가 피듯 안개가 피어오른다. 무진기행 읽어야지. 안개를 흩뜨릴 수 있는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안개가 사라지지 않는다. 바람만 계속 느낀다. 그게 희한한 시간들을 불러오고 그 안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작년의 시간, 아득한 사람들.

더이상 해주고 싶은 말이 사라진 지금에야 무얼 말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나를 생각하다, 불현듯 그럼에도 만나야지, 싶었다. 공연이 있는 목요일 그레이를 가야지. 모르겠다. 그냥 전소연이랑 뒹굴뒹굴 하고싶다.


게으름과 허기 사이로 의식하지 않는 생각의 조각들이 흘러간다. 굳이 붙잡고 싶지는 않다. 그냥 꽤 많은 생각들이 자꾸 스쳐간다. 니글니글한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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