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별 생각이 없다.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아무튼 거칠게 요약하자면 5월 24일 은하선 강연이 있고난 후 악몽같은 하루하루였다. 악몽이라기엔 너무나도 생생해서 만져지는 것이라 공기가 유리조각으로 되어있었다. 갖은 숨마다 박혀있는 혐오들이 아득했다. 아, 내가 살아가는 세계는 이런 곳이구나.
나의 안전한 세계. 깨어지지 않을 줄 알았던 유리의 세상.
그래서 연약하고 그래서 또 위험하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무력하거나 참담하지는 않았다. 또한 이 무게가 얼만큼인지도 몰랐다.
총여가 없어진다고 하여 큰일도 아니었고 총여가 있다고 하여 작은일이 큰일이 되지도 않을테니.
거대한 선은 사소한 악으로 깨진다는 말. 크고 작음이라기보다, 복잡한 선은 간단한 악으로 깨지는 것 같다. 누가 대체 세상의 진리는 정갈하고 명료하다 했나.
사정은 구구절절하고 지지부진했다.
미로의 수가 늘어나는만큼 나의 무능과 무력과 무책임을 (혹은 누군가의 이것들도) 실감했다.
대체 쌓아온 시간 동안 지식도 지혜도 잡지 못했단 말인가.
입만 살아남은 자는 분명 구취가 날 터인데. 가치도 없고 일관성도 없는 중운위들을 보면서 '구'가 들어가는 온갖 단어를 떠올렸다. 구질구질, 구린내 등등의.
푸른샘에 긴 책상이 있는 그 단상이 범할 수 없는 높이 같았고,
추진단의 실체가 역겨웠고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를 알 재간이 없어 어리둥절했다.
공부를 해야 한다.
윤하가 그랬다. "귀족노조라고 욕 먹는데 차라리 귀족이 되자"
사람들의 우아함을 본받고 싶었다.
추하고 비겁하게 살기 싫다.
삶의 자세를 되뇌인다.
오만하지 말자. 말의 무게를 다시 곱씹자.
편견덩어리가 되지 말자. 윤리의 무게를 다시 저울에.
상대의 말을 들을 줄 알자. 잘 안들리는 것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단어와 문장들은 안들리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안들리는 게 아니라 못 듣는 거다. 멍청해서.
다시 중심을 잡아야 한다.
꾸준히 공부하기.
자격증 따기.
진로 계획.
사람과 연결되기.
감히 누구의 무엇이 되려하지 말지어다. 나는 나의 몫만 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의 나
중학교 때의 나
고등학교 때의 나
무엇이 있었고 무엇이 없었나.
따가운 여름에는 차가운 공기 안에서 찬찬히 생각해볼 일이다.
다시 일기를, 그리고 글을 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