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공개된 공간으로써 이곳에 누군가에게 보여질, 보여줄 글들을 쓰는 것이 힘이 들게 되었습니다.

나를 알리거나 설명한다는 것이 꽤 어리석은 일이라 느껴져서이기도 하며, 방백의 형식으로 수줍게 비추는 나는 결국 내가 아님을 깨끗이 인정하기로 해서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눈을 부끄럽게 하고싶지 않습니다. 이곳은 나를 더 고립시키는 블랙홀임을 압니다. 속으로 삼켜내면서 눈치보는 나의 비겁함은 어떤 식으로든 이해받고싶어하는 마음을 감싸기만 했습니다. 그것은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하등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이곳은 몰라질 때에야 나의 실낱같은 기대에 의존하는 것을 냉정히 내칠 수 있으며 당신을 우물쭈물하지 않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난 누구든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합니다. 앞으로도 나르시시즘들을 휘갈기며 모래성같은 자존을 지키려 노력하겠으나, 그 글들은 단순한 도구이며 허상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후의 글들을 읽게 된다면-나는 당신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쓸 것이기에-진심과 날 것의 감당은 당신의 몫입니다.

이렇게 쓰는 것은 당신에게 보내는 충고라기보다 나 스스로에게 더욱 정갈해질 것을 요구하는 선언입니다. 거짓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진실이 하나의 지점이라고 여긴다면 그 언저리를 서성이고 싶었던 마음일 뿐입니다.

경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투명선을 긋고선 그 분할된 차이들에 맞춰 나가는 것은 무척이나 쓸모없는 일이겠지요. 다만 순서를 바꿀 뿐입니다. 다름으로, 다른 말로 특별함으로 안심할 수는 있겠지요. 아닙니다. 자명한 사실이 무엇이건 나는 기어서라도 나아갈 것입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볼 수 있을 때에야 경계를 그을 것입니다. 그렇게 길들을 지나갈 수 있는 것은 나의 확신과 책임일 것입니다. 갖은 이유들로 도망치지 않으려합니다.


오늘은 초겨울처럼 많이 추웠습니다. 오늘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오면 정말 봄이 올 수 있겠지요.

바람은 차가우나 나는 따듯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화를 낼 것입니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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