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핏줄이 또 터졌다. 와우. 판타스틱.

그래서 약속을 다 취소하고 씻고 스탠드 켜 놓은 채 영화만 보고 책만 읽다 잘거다.


- 인권재단 어떡하지.

생식이 뭐길래. 머리카락은? 손톱은? 등등의 질문들.

- 운동을 제발 꼭 시작해야겠다. 몸이 좀 가벼워지고싶다.

- 내일 현희. 미안하다.

- 고등학교 1학년 때 국사 수업 듣다가 너무 분에 받쳐 도중에 울어버렸다. 요즘 그 느낌이 훨씬 탁하고 폭발적이다.

- 무엇을 할 수 있나.

- 민하가 자소서 쓰는 걸 피드백 해주고 지켜보는데, 나는 어떤 직업을 가질 지 덜컥 겁이 났다. 저 느낌과 동시에 나는 모조리 내팽개치고 도망칠 수 있을까.

- 졸업하고 싶다. 돈을 아껴써야겠다. 한 달에 백만원은 너무 심하잖아 유진아. 그리고 여행가야지.

- 내가 부르주아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부르주아인 것 같고, 남이 부르주아처럼 바라보면 또 싫다. 이게 뭐야 대체. 윤리적인 소비를 해야겠다고 다시 생각한다 제대로. 나를 위한 경제는 노쓸모. 돈을 태워버리는 게 낫지, 이건 너무 서글픈 일이다.

- 서성이다가 정리하기로 맘을 먹었더니, 떠나야하는건지 떠나보내야하는건지 알 수 없다. 생각나지 않던 것들이 또렷이 아로새겨진다. 그리고 너에게 미안하다. 나는 사실 너의 아픔을 모르는 게 아니라, 알고싶지 않았다. 네가 져줬으면 했던 것 같다. 네가 안게 될 상실의 책임을 지고싶지 않았으니. 영원히 안겨주고싶지 않았던 마음의 반작용으로 예뻤던 마음들이 응고되어버렸다. 알고싶지 않은 한편으로 알고싶고, 알고싶음은 내가 넘겨 짚고 이해하는 것이 아닌 너가 말해줬으면 했던 것 같다. 지금에서야 멈춰 정지해버린 말들을 돌이키면서 미안해하는 게 미련하다. 너에게 미안하다. 상처주어 미안하다. 너에 대한 나의 신화를 깨뜨리는 금기는 깨져버렸군. 나에 의해서. 나를 보던 눈만이 허공에 둥둥 떠다닌다. 그립기도하고 아리기도하다.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검은 바다 심층에서 고요히 잠겨있는 것 같다. 중력으로 더 가라앉는 것 같지만 떠다니는 기분. 잘 지내니. 잘 지내렴.

- 공부를 해야겠다. 난 정말 똥멍청이였구나.

- 즐거운 마음으로 산뜻하게 부산에 가고싶다. 서울역 아홉시반, 부산역 이십이시오십분. 열두시간의 여행. 일을 미리미리 해놔야겠다.

- 강령 언제 쓰지. 이 페이스로 일년을 잘 이어갈 수 있을까. 있겠지. 있을거야.

- 하루쯤은 안 씻고싶다. 그러지 못할 나이겠지만.

- 잘 살아야한다. 자글자글한 주름을 그리고서 지나가는 어르신들을 따라 시선이 움직인다.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되어있을까. 일인분의 삶. 계속 되뇌인다.

- 너가 울었다. 닭똥같은 눈물. 울면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주신대요. 소용돌이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가늠조차 할 수 없다.

- 소주밤을 꼴딱꼴딱 마셨지만 취하지 않았다. 취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로링은 매번 느끼지만 묘한 매력의 성격이다. 만들어지거나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고양이랑 곰이랑 섞인 느낌. 무튼 안취했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별로 집중하지도 않았고 너무 피곤해서인 것 같다. 오랜만의 다모토리는 여전히 별로였다. 자주 웃어야겠다.

- 국토 때 나를 신경썼구나. 의식했구나. 아직도 고치지 못한 버릇. 심각한 건 안돼! 떽!

- 오늘은 제발 아무 꿈도 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돼지가 나오는 꿈도, 기분 좋은 꿈도, 그리운 꿈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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